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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라졌다
전민일보  |  jmi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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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8  09: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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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은 시청률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그러다보면 상업방송과 경쟁하느라 막장(막간)드라마를 송출하거나 비문(非文)과 뜻도 모르는 신조어를 사용하는 연예인의 조장된 웃음을 강요하기 쉽다. 대표적인 공영방송 KBS는 물론 준공영의 MBC는 공영과 상업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상업방송인 SBS와 경쟁을 해댄다. 어떻게든 TV앞에 시청자를 끌어들여 시청률을 높여야 광고수익이 오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젊어야 한다. 젊은이들의 통통 튀는 생각이 산업과 기업으로 이어져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방송사에서는 참신한 연예인과 그 가족들을 등장시켜 전파 독점 계층을 이루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 결과는 우리말이 외국어와 외래어, 비속어 등에 가려 기능을 상실한 사어(死語)가 늘고 있다. 세대와 기호층에 맞게 방송문화의 질을 높이는 방송국이 많은데 공영방송까지 그 대열에 끼어든 것은 전파 낭비이자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편성보다 진행자나 출연진의 언어다. PD가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영역인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말처럼 굳어진 외래어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관심을 기울이면 적절한 우리말 사용이 가능하다.

황금시간대에 ‘위클리 업 앤 다운’을 영어 자막으로 올리거나 ‘뉴스 브런치’와 같은 용어를 방송에 사용하는 것은 우리말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가 아니다. 영어나 전문 외국어를 사용해야 멋지고 있어 보인다(?)는 심리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정화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방송 진행자들은 여전히 네티즌이다.

로드맵, 시너지, 매뉴얼, 컨설턴트, 콘텐츠, 인프라 등 많은 용어가 최근에 일상어로 굳어졌고, 세월호 사건 때 최고 지도자가 ‘컨트롤 타워’와 ‘골든 타임’을 자주 언급하고 국정연설에서 ‘한반도 프로세스’라는 말을 사용하자 금방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주요 일간지를 보면 더 심하다. 이제는 관련된 우리말로 바꿔 쓰기가 어색하고 촌스러울 정도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는 언어를 잃는 것이 곧 나라를 잃는 것으로 교훈한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다 순국하거나 우리말을 사용하다 고충을 겪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지켜 낸 우리말,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이라고 자랑하는 식자들이 어찌 그리 우리말을 등한히 하며 천대하는지 반성할 일이다.

언어는 습관이다. 그래서 더 익숙해지기 전에 고쳐야 한다. KBS의 ‘우리말 겨루기’는 우리말을 찾아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나 그 언어를 실생활에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퀴즈에서 이기기 위한 언어습득은 무용지물이다. 어렵게 찾아낸 언어를 일상어로 살려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요즈음 방송이나 일반인의 언어에서 공통으로 사라진 말이 ‘아내’다. 그 아내는 웬만한 도심에서도 세계 일주가 가능하다.

알 수 없는 외국어 간판, 이제는 시어머니도 똑똑하여 어려운 아파트도 찾아 간다는데 정겹던 아파트 이름들은 언제 되찾을 수 있을지 아득하다. 길 잃은 아내가 제 길을 찾아오는 날 우리말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한심하게 변해가는 우리말의 현주소를 문화체육부나 교육부에서 심각하게 짚어봤으면 한다.

강기옥 시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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