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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자의 운명
전민일보  |  jmi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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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6  1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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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자는 태어나서 2년이 지나면 어미사자에 의해 무리에서 쫓겨난다.

이때부터 젊은 수사자는 혼자 사냥을 해야 하고 다른 수사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어찌 보면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라고도 하겠다.

젊은 떠돌이 수사자가 늙은 수사자를 쫓아내고 사자 무리의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다 하여도 그것이 끝은 아니다.

새로 나타나는 도전자로부터 자신의 무리를 방어해야 한다. 떠돌이 수사자가 경쟁에서 이기며 맨먼저 이전 우두머리의 새끼들을 모두 물어 죽인다.

새끼 사자가 죽으면 암사자는 수유가 중단되어 발정을 하게 되고 수사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새끼들을 거느려 새왕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살육의 현장에서 암사자들은 얼마간 저항을 하고 사태를 지켜보다 어쩔 수 없이 비극을 수용하고 만다. 이런 역경 속에서 사자 새끼는 다섯 마리 중 한 마리 정도만 아른 사자가 될 수 있다.

사자는 하루 20시간 잠을 자고 짧은 시간 동안 사냥을 한다. 자신보다 세배나 큰 물소를 사냥할 수 있는 백수의 왕이다. 그러나 수사자는 좀처럼 사냥을 하지 않는다. 몸집이 크고 무거워 사냥감을 오래 쫓아가지 못하여 암사자들이 사냥하는 동안 하이에나와 치타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할 뿐이다.

수사자는 암컷들이 사냥해온 먹이를 맨 먼저 먹는데 이는 왕국의 안전을 유지하는 힘에 대한 보상이다. 수사자의 갈기는 맹수의 왕이라는 위용을 상징하는 것 같지만 실은 상대 수사자의 날카로운 발톱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목덜미를 지켜내기 위한 보호 장구에 불과하다.

수사자는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어 암사자 무리가 물소나 기린 같은 대형 동물을 사냥할 때 어쩌다 상대의 등에 올라타 결정적 타격을 주어 사냥을 돕기도 한다. 사자는 대개 10~40마리가 한 무리를 지어 산다. 무리에서 수사자는 한두마리이고 나머지는 암사자들이다. 형제수사자가 힘을 합쳐 무리를 이끌기도 한다.

들소인 버펄로와 하이에나는 사자 새끼만 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어 물어 죽인다. 이들은 사자와는 원수 간이며 영원한 경쟁 관계에 있다.

하이에나는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크고 힘이 세어 무리를 이끈다.

암사자들이 얼룩말을 사냥하였을 때 하이에나가 떼를 지어 몰려와 사냥감을 빼앗기도 한다. 암사자들은 부상을 당할까 봐 하이에나를 피하고 만다.

이때 수사자가 나타나 하이에나 우두머리의 몸을 덮치고 송곳니로 목덜미를 관통시켜 숨통을 끊어놓고 만다. 어쩌다 수사자의 체면이 서는 때다.

사자에게도 시련은 많다. 물소를 공격하였다가 뿔에 받히거나 뒷발에 차여 상처를 입기도 한다. 코끼리 떼에 쫓겨 허겁지겁 도망치며 어느 때는 기린을 공격하다가 뒷발에 차여 두개골이 부서지기도 한다. 젊고 경험이 부족한 사자는 얼룩말을 공격하다 발에 채이어 나뒹굴기도 한다.

수사자는 사자 왕국의 제왕으로 행세하는 듯하지만 그 기간은 짧다. 실제 사자 무리는 모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봐야 하겠다.

떠돌이 젊은 수사자에게 왕국을 빼앗긴 늙은 수사자는 자신의 무리를 떠나 홀로 노년을 보내게 된다. 멀어져가는 수사자를 아들, 딸사자 녀석들은 멀리 바라볼 뿐이며 아내 사자들은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수사자는 싸움에서 얻은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며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하이에나에 쫓겨 비참한 최후를 맞는데 이것이 정글의 법칙이다.

남자들은 가족 부양을 위해 일생을 다바치지만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치고 수입이 끊어지면 늙은 수사자 신세가 된다. 젖은 낙엽이나 삼식이 가 되지 않으려면 나이가 들수록 건강과 소일거리를 챙기며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장면은 사자 이야기다. ‘오두막 안에서 노인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는 여전히 엎드린채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산티아고 노인은 80여 일 만에 잡은 청새치를 끌고 오다 상아떼에 빼앗기고 앙상한 뼈만 가져왔다.

노인은 실제 사자를 본 적이 없었지만 정글의 왕이 사자라는 것은 알았다. 그는 정글의 사자처럼 한 때 바다의 왕이었다. 나는 산티아고 노인같이 사자의 꿈을 꾸려고 하나 그러지 못했다. 아직 그 노인보다 늙지 않아서일까, 이룬 것이 없어서일까?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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